해운대 달맞이 공원

 


 (2019년 10월 찍음)


한국은 아름답다. 한국인인 나의 눈에는 특별한 감정이 섞여 어딜 가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모의 눈에 어떤 자식도 예쁘게 보이는 것처럼,  내 나라는 있는 그대로의 수려한 모습에 더해 어릴적 부모로 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꿈과 소망이 투영되어 더욱 아름답게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자연은 세상 어디를 가나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 여행을 하거나 살다보면 세상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자신의 고향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 살더라도 친절한 환대와 사랑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고향에 온 듯하다고 표현을 한다. 고향은 단순이 외형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사랑과 꿈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향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떠난 사람이라도 가슴에 새겨진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저기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죽이 박혀 있을 뿐이다. 

자연은 그대로가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이 더해져서 더 아름답게 되기도 하고 모습을 잃기도 한다. 도시의 모습은 계획 도시를 제외하고는 동시대 여러 사람들의 합의와 필요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한국에 살 적에는 잘 몰랐는데 외국에 오랫동안 살면서 특별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내게는 부산과 한려수도를 포한한 남해안이 그렇다. 해운대와 달맞이 공원은 편안한 기분을 주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들르곤 하였다. 어느 해인가 달맞이 공원에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  달맞이 공원  너머로 푸른 하늘이 구름과 달을 담고 있던 열린 공간이 사라지고 대신 커다란 돌기둥이 하늘과 땅을 가로질러 막고 있었다. 달맞이 공원이 주는 열린 아름다움을 값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 있다. 살면서 안타까운 것은 값을 계산 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눈 앞에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들에 의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의 모습과 정체성은 공동체에 포함된 사람 개개인의 합의와 선택을 통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이미 지나간 사람들의 소망도 반영이 되어야 하고 앞으로 올 세대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합의의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번에 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아야 커다란 실수를 막을 수 있고 잘못을 중간에 고칠 수 있다. 한번 자연과 도시에 남긴 과오는 훗날 아무리 비싼 값을 치루고도 대개 돌이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YHK


Comments

  1. 너무 빨리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려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고 과시하고픈 조급한 결정들 때문에 주변과 어우러져 오래동안 쌓아 온 것들이 순식간에 훼손되는 걸 보는건 괴로운 일이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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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 건전하고 선한 사회적합의가 이뤄지기위해서 저희가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인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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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눈물자죽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단어인 줄 예전엔 미쳐 몰랐습니다.
    이전 세대 소망의 반영과 앞으로 올 세대에 대한 배려. 자연과 도시를 대함에 있어 첫번째로 지녀야 할 귀중한 조건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땅에 가하는 과오도, 잘못된 판단이나 욕심도 줄어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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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말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누구나 잠시 멈춰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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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너무 한국에 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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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고국에 있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고향의 아름다움 정겨움 그리고 포근함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음이상 인 것 같습니다. 같은 바다라도 더 깊은 바다 냄새가 배어 나오고 나무들은 작지만 단단하면서도 야무지고 꽃은 소박하지만 열매는 더 곱고 달게 느껴지지요. 인심과 어우러져 있는 자연...그래서 더욱 아름다고 소중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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